나는 종종 코인 세탁소를 이용한다. 최근의 코인 세탁소는 텔레비전과 자판기도 완비된 곳도 있다. 이 덕분에 대기 시간이 지루할 일도 줄어들었다. 이런 최신 시설과는 거리가 먼 옛날의 좋았던 코인 세탁소에서 경험한 이상한 이야기를 L이 나눠주었다.
이 이야기는 현재 SE로 일하고 있는 L이 대학생일 때의 일이었다. 그때는 장마철이었고, 빨래를 말리는 것도 한 고민이었다. 그가 살던 아파트에는 세탁기가 있었지만 건조기는 없었다. 그래서 비가 이어지는 날에는 근처 코인 세탁소의 건조기를 이용했다. 거기는 옛날의 코인 세탁소였다. 몇 대의 세탁기와 건조기, 낡아빠진 원형의 의자, 누가 산 것인지 알 수 없는 낡은 흔적으로 가득 찬 몇 권의 잡지밖에 없었다. L은 이 묘한 노스탤지어를 좋아했다.
사용하는 시간은 대부분 심야, 사람도 없고 자신만의 시간이었다. 그 날도 L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의자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었다. 건조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렸다. 아래를 내려다가 잡지를 읽고 있을 때, 드물게도 누군가 들어왔다. "어머? 누굴까?" 라고 생각하며 목을 들었다. 그러자 건조기 앞에 풍채 좋은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손에는 대량의 빨래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머리카락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단지 흰머리가 섞여있는 것만 보였다.
젊은 여성이면 신경 쓸 일도 없었지만, 중년 여성이라니. 특별히 신경 쓸 것도 없다. L은 잡지를 계속 읽으려고 했다. 여성은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많이 모아두다니. 그래도 장마면 어쩔 수 없겠지"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동전 소리가 났다. "찰칭, 찰칭" 100엔을 2장, 총 20분이다. L은 다시 중년 여성을 보았다. 여성은 대형 건조기 안을 엿보는 것 같았다가, 발끝이 안 보이게 몸을 비틀어 넣었다. 그리고 손이 나오면서 문을 닫았다. 중년 여성의 기묘한 행동에 L의 사고는 따라가지 못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을 깨닫고, 중년 여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건조기로 급히 향했다.
건조기의 유리 창에는 둥근 중년 여성의 모습이 돌아가고 있다. 흰머리를 휘감고 웃으면서 L을 보고 있었고, 크크크 웃음소리를 내며 팔을 흔들었다. 놀람과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L은 코인 세탁소를 뛰쳐나갔다. "도와줘야 할까? 아니, 저건 인간이 아닌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은 코인 세탁소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중간에 멈추어 차분해지려고 했다. 자신의 빨래도 찾아가야 했다. 만약에 정말로 사람이라면 목숨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L은 힐을 돌려 코인 세탁소로 돌아갔다. 현관에 서자, 중년 여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건조기 앞에 어린 여성의 등 모습이 있었다.
"건조기 안에 있는 여자를 보고, 도와주려고 하는 건가도 모르겠네" L은 서둘러 상점 안으로 들어가 어린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건조 시간이 끝났다는 알람이 울렸다. 여성은 L의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고, 건조기 문을 열었다. "중년 여성은 어떻게 됐어?" L은 옆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중년 여성의 모습은 없었다.
어린 여성은 무망동이로 옷을 꺼내 가방에 넣고 있었다. "나, 미쳤나 보네…" 자신에게 실망하며, L은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어린 여성이 가방에 옷을 넣고 여기로 돌아봤다. L은 여성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어린 여성은 웃음 속에 L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년 여성의 얼굴과 똑같았다. 공포 때문에인지 L의 이마에 큰 땀방울이 솟아올랐다. 건조기에 등을 돌리고 어린 여성이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자, 크크크 소리가 들리고, 열린 채로 있었을 건조기 문이 "가탱"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L은 자신의 옷을 꺼내지도 않고 그대로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낮, 겁에 질려 코인 세탁소로 돌아가보니 지친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 그 일 없이 그 건조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자기 옷이 누군가에게 꺼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L은 안심했다. 그런 후로 L은 그 코인 세탁소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년 여성과 어린 여성의 관계는 알 수 없는 채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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