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썰/오싹오싹 괴담 썰

[무서운이야기] 지옥인간

아싸후르뱅뱅 2023. 11. 24. 12:32
반응형

 

가을이 끝날 무렵.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나는 출장으로 치바현에서 개최되는 연수에 참가했다.

그다지 여행을 가지 않는 나는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랜만에 나서는 원정에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런 고양감을 느끼던 나는 모처럼 치바까지 왔으니 돌아가는 신칸센에 타기 전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목적지는 인터넷에서 유명한 호러 스팟 '야와타의 야부시라즈'였다.

도시 한가운데, 주택지 안에 있는 사방 18미터의 죽림.

몇 번이고 이 숲의 존재를 인터넷에서 보았던 나는 유랑하는 기분으로 전철을 갈아타고 숲이 있는 역으로 갔다.

'이 숲에 발을 디디면 두 번 다시 못 나온다'라는 전승이 있는 이 토지는 아득히 먼 에도 시대부터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어 카미카쿠시 전승으로도 유명했다.

왜 이 땅이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는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 미토코몬이 헤매다가 나오지 못해서 출입금지가 되었다는 설,

옛날 호족이 무덤으로 사용했다는 설,

타이라노 마사카도의 무덤이라는 설,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지만 확실한 이유는 아직 불명이다.

하지만 근처 주민들은 이 땅을 두려워하며 지금도 들어가는게 금기시 되고 있다.

내가 목적지인 '야와타의 야부시라즈'에 도착했을 때, 이미 주변은 밤의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미약한 공포심과 그걸 웃도는 흥분에 젖어서 이곳을 관찰했다.

사방 18미터인 숲은 비석 같은 돌기둥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는데 몇 분만에 다 돌 수 있었다.

'참배입구에는 잿빛 토리이가 세워져 있어서 '시라즈모리 신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토리이를 지나서 불과 몇 미터밖에 안 되는 신전에 발을 디뎠다.

숲 주변에는 차나 주택에서 불빛이 나오고 있었지만 한번 부지 안으로 들어가면 내 폰 라이트밖 에 안 보이게 된다.

나는 신전 안을 비추어 보았다. 안쪽에는 자그맣지만 위엄서린 신사가 있다.

주변에는 토리이랑 똑같이 이 땅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나는 돌기둥 틈새로 라이트를 비추었다.

숲 속에는 종횡무진 대나무가 자라 있었고 땅에는 썩어 쓰러진 대나무가 수없이 많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댓잎 스치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차 소리를 지웠다.

때때로 희미한 벌레 소리가 들린다.

빛이 들어오지 못할 만큼 대나무가 무성했지만 빛이 비치는 방향을 보건대 숲 중앙에는 틈새가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뭐야, 겨우 이건가.

유령과 만난다거나 뭔가 무서운 체험을 한다거나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나는 조금 실망해서 신전을 등지고 숲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때.

나는 시선을 느꼈다.

강렬한 시선이었다.

예리한 칼로 찌르는 것 같은 감각.

나는 신전을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잠시, 아마도 불과 몇 초 정도, 나는 시선이 느껴진 방향... 신전을 응시했다.

비석 옆에서 뭔가 움직였다.

검은 그림자가 꿈틀댔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사람 형태를 하고 있었다.

'사람 형태를 한 검은 존재'였다.

...저건 뭐야?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위험해!

봐서는 안 돼! 어서 여기서 나가!

뇌가 몸에게 지시한다.

하지만 마치 척수가 그 전기신호를 무시하듯이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내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애썼다.

딱 한번, 눈을 깜빡였다.

불과 0.1초. 내 시야가 눈꺼풀 뒤에 있는 어둠에 물든다.

직후.

검은 것이 비석 옆에서 사라졌다.

족쇄가 풀린 듯이 몸이 가벼워진다. 몸을 덮치던 한기도 사라졌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국도 14호실을 달리는 자동차 라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야와타의 야부시라즈를 뒤로했다.

신칸센 안.

나는 캔맥주를 마시면서 시속 270킬로로 흘러가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건 뭐였을까.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2시간 가까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싫어도 떠오르게 된다.

구궁!

신칸센이 터널로 들어갔다.

야경이 터널 검은 벽으로 바뀐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있는 창문 오른쪽 밑.

검은 손자국이 있었다.

...누가 장난 치는 걸까...

나는 잠시 그 손자국을 바라보았다.

꿈틀.

손자국이 움직였다.

창문 중앙을 향해서.

손자국이 아니야!

누군가의, 무언가의 손이.

창문 중앙을 향해서.

...나를 향해서.

기어오고 있다!

"으,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의자에서 일어서려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주변 승객들이 뭔 일인가 싶어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창문을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손자국은 이미 창문에서 사라져 있었 다.

차장에게 상담해서 자리를 바꾼 나는 이어폰을 끼고 눈을 꾹 감고 있었다.

잠시 후.

어깨를 두드리는 손에, 나는 눈을 떴다.

어느샌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깨를 두드린 건 차장이었다.

종착역에 도착했기에 나를 깨워준 것이다.

나는 차장에게 감사하고 플랫폼으로 내렸다.

역에서 나온 나는 그대로 자택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역 옆 빌딩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찰싹 달라붙은 것처럼 보였던 건 내 착각이었을까...?

며칠 후.

저녁, 나는 차를 운전해서 회사 부지를 빠져나왔다. 회사에서 집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도중에 해가 지고 신호 대기하던 나는 라이트를 켰 다.

바로 그 순간.

그 라이트가 향하는 곳에서 그것이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건 처음에 나를 발견하지 못한 건지 옆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그대로 내 앞을 떠나길 빌었다.

하지만 그건 천천히 목을 움직였다.

45도, 내 차를 향해서.

머리에 두 개의 틈새가 있었다.

약 5센티의 틈새.

그 틈새가 위 아래로 벌어진다.

저건 눈이다.

그게 눈을 떴다.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마치 파충류 같은 눈이었다.

차가운 시선이, 그때 느꼈던 거랑 똑같은 시선이 나를 찌른다.

눈 밑에 세 번째 틈새가 벌어진다.

15센티 정도 되는 틈새.

입이 천천히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계속 무슨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찾"


"았"


"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빠앙!

뒷차가 경적을 울려서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건 이미 없었다. 신호는 이미 파란불이었다.

나는 떨리는 발로 신중하게 액셀을 밟아 차를 몰았다.

그날 밤이었다.

나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화장실로 갔다.

문득 복도 불이 켜진 걸 눈치챘다.

혼자 사는 나는 동거인이 없다. 나 말고 불을 켤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스위치에 손을 뻗어 전등을 껐다.

그 순간 나는 머리털이 곤두섰다.

현관 옆 코트걸이가 밖의 가로등 불빛을 받아 사람 모양으로 보였던 것이다.

나는 만일을 위해 다시 불을 켜고 확인했다. 그건 역시 코트걸이였다.

안도해서 나는 다시 불을 껐다.

하지만 그때 나는 위화감을 깨달았다.

코트 옆에 또 사람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는 다시 불을 켰다. 아무것도 없다.

불을 끈다. 역시 사람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렇게 불을 켰다껐다 하는 사이에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 그림자로 보이는 것이 점점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는 한 번 더 불을 껐다.

그 순간.

내 1미터 앞에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으악!"

나는 침실로 달려가서 이불을 덮고 눈을 꾹 감았다.

다음 날.

야간 순찰 중.

어젯밤 자택에서 그것이 나타났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로부터 내 눈앞에서 그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밤이 야간업무라 다행이다.

나는 파트너인 동료와 순찰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동료가 수면실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3시간은 나 혼자다.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눈을 감았다.

몇 초 후 나는 눈을 떴다.

...차가운 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나는 옆으로 눈을 돌렸다.

대기실, 면회 카운터 너머로,

검은 그것이 웃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내 목소리에 놀란 동료가 달려온다. 동료는 내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잖아. 놀래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고 동료는 귀찮다는 듯이 나를 노려 보고는 수면실로 돌아갔다.

그 후로 그 녀석은, 검은 그것은 내 바로 근처에 있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귓가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건 노성이었다.

단말마에 원한과 고통을 담아서 내지르는 소리였다.

아무 전조도 없이 내 귓가에 그게 소리친다.

그 목소리는, 아니, 목소리가 아니다.

사이렌 소리 같은, 윽윽 신음하는 것 같은 불쾌한 소리였다.

그런게 갑자기 귀에 들리는 것이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일할 때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있을 때도.

갑자기 그 놈이 소리친다.

그때마다 나는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고 소리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건강이 악화되었다.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다.

눈꺼풀이 무거운데 닫히지 않는다. 눈을 감고 싶지 않다.

어둠이 무섭다.

머리가 무겁다. 질척하게 녹인 납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귀울림도 멈추지 않는다.

헤드폰을 끼고 대음량으로 소리를 틀어도 그 녀 석의 외침이 들린다.

허리가 아프고 무겁다.

일어나는게 괴롭다.

정형외과에 가보았지만 낫지 않는다.

온몸이 가렵다.

가려워서 피가 날 때까지 긁었다.

피가 나오고 손톱이 검게 물들어도 가려워서 견 딜 수가 없다.

몇 년 전에 동기랑 찍은 사진을 보았다.

이상했다.

나만 검었다.

매직으로 칠한 듯이 새까맣다.



꿈을 꾼다.

잘 때뿐만 아니라 깨어나 있을 때도 꾼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모르는 광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꿈이었다.

[나는 어두운 관 속에 있었다. 두드려도 걷어차도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 는 사이에 점점 발밑이 뜨거워졌다. 온몸이 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뼈와 하얀 연기로 변했다.]

다음은 집에서 졸도했을 때였다.

[갑자기 집이 흔들린다.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떨어졌다. 서랍장이 쓰러진다. 나는 서랍장 밑에 깔렸다. 기어나오려고 했지만 발이 빠지지 않는다. 도망칠 수 없는 내 머리에 파편이 쏟아진다. 눈앞이 피로 물든다.]

일하던 도중 서류를 작성할 때.

[갑자기 앞에 있던 사람이 펜을 집어들어 내 눈을 찔렀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하나 더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 남자가 히죽거린다. 남자는 말한다. 너 스파이지? 아니야! 하지만 내 외침은 닿지 않는다. 남자가 양옆에 있던 남자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양손을 붙잡고 있으라고. 내 입에 천을 물리고 억지로 책상 위에 손을 놓게 한 다.

남자는 자그만 바늘을 열개 꺼내어 책상에 늘어 놓았다. 하나. 남자는 내 손톱 틈새로 바늘을 찔러넣는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입이 막혀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남자가 말한다. 괜찮아. 아직 9개 남았어.]

퇴근하는 도중.

[모래사장. 비가 내린다. 내 주변에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내 머리를 누가 붙잡는다. 밑을 보고 있어! 손도 발도 묶여서 정좌인 채로 나는 땅을 보고 있다. 내 머리에 천을 씌운다.

다음 순간 내 목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하늘이, 땅이 회전한다. 굴러간다. 굴러가는 건 나다. 나는 머리가 떨어진 내 몸을 올려다보았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지.

내 머릿속에 광경이 펼쳐졌다.

내 꿈속에서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반드시 죽고 있었다.

고통과 절망에 가득찬 소리를 지르면서.

방구석에 검은게 서 있다.

어느샌가 놈은 더욱 무시무시하게 변해 있었다.

눈의 개수가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온몸이 눈으로 덮여 있었다.

모든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꺾일 것 같은 마음속으로 한가지 결심을 했 다.

내게 들러붙은 저 놈은 내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근처 절로 상담하러 갔다.



나는 절에서 액막이를 받았다.

수상쩍어 보이는 스님이 나를 향해 불경을 외운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거액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액막이 효과는....

전혀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내 귀에서는 끊임없이 절규가 들리고, 죽음의 광경이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절을 찾기로 했다.

산속에 있는 그 사원의 공기는 맑고 어제 찾아간 절과 비교해서 청량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본전을 방문한 순간.

한 스님이 비명을 질렀다.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뭔가 싶어서 스님들이 모여든다.

일부 스님들이 내 뒤를 보고 있다.

모두 안색이 새파래져 있었다.

한 스님이 입을 열었다.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였다.

"나가주게."

설마 문전박대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뭐라 항의하려고 했다.

다른 스님이 입을 연다.

"당신은... 지옥 그 자체야."

지옥...

내가 붙은 존재는 그렇게 엄청난 거였나.

"기다리게."

그때 한 목소리가 경내에 울린다. 스님들이 돌아본다. 거기에는 80살은 넘어 보이는 고승이 있었 다. 나는 그 스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살려주세요!"

아무래도 이 스님은 이 사원 책임자, 주지스님인것 같다.

주지는 나를 데리고 절 안으로 들어갔다.

주지는 먼저 내게 다른 스님들의 무례를 사과했다.

그 후에 내게 붙은 검은 존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주지에 말에 의하면, 그 검은 것은 억울하게 죽은 원령들의 집합체라고 한다.

그 원한에 찬 목소리나 단말마의 배경을 내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치만 왜 저인가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주지에 의하면 악령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같은 곳에 모이기 쉬운 듯, 내가 '우연히' 그 숲에 있던 존재와 파장이 맞았기에 들러붙은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

그 설명에 나는 격분했다.

"그럼 내가 그놈 때문에 지독한 꼴을 겪게 된 건 전부 '우연'... 즉, '운이 나빠서'라는 건가요!"

주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흥분해서 계속 말했다.

"세상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심령 스팟에 가는 놈들뿐이에요! 그게...그게, 왜 나만 들러붙어서...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데요! 내게만... 운이 나쁘다는...그런 이유로...나만..."

내 목소리는 갈수록 울먹이다가 거의 오열로 바뀌었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짚는 내게 주지가 조용히 말을 했다.

"운이라는 건 즉 운명입니다. 부정한가 그렇지 않은가 관계없이 모든 만남은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운명... 만남..."

"당신에게 들러붙은 악령도, 원래는 원한 속에서 죽어가 갈 곳을 잃은 가련한 자들입니다. 당신에게 죽음의 광경을 보여주는 건 어쩌면 당신에게 구원을 청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구원..."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 악령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당신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지금 시야 구석에 들어오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검은 그것은 수많은 시선을 보내며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주지는 계속 말했다.

"그 악령을 성불시키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때 당신에게 고통이 동반될지도 모릅니다만..."

"...제가 그걸 견디면 그 악령은... 귀신은 성불할 수 있는 건가요?"

"네."

주지는 조용히 끄덕였다.

오늘 밤은 액막이를 위해서 사당에 묵게 되었다.

창문은 전부 닫고 사당 안을 비추는 불빛은 촛불 몇 개뿐.

문에는 빗장이 걸려 있고 네 모퉁이에는 소금이 쌓여 있다.

주지 말고도 스님 십여 명이 사당 밖에서 경을 외고 있다.

이 사당 안에서 내일 아침까지 지내는 게 액막이 내용이자 내 역할이었다.

이 몇 개월.

검은 그것 때문에 지옥을 보아왔다.

하지만 이 하룻밤으로 모두 끝난다.

이 녀석을 성불시키겠어!

나는 내심 달관하고 있었다.

그건 이후에 기다리고 있을 해방감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몇 번이고 죽음의 광경을 계속 보아온 영향일까.

어쩌면 절망 끝에 그래도 '누군가를 구한다'라는 사명감에 취해 있는 것뿐일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 밤을 넘기면 답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과거 맛보지 못한 엄청난 죽음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죽음의 고통도, 절망감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 의자에 묶인 나. 양손은 팔걸이에 고정되어 있다. 입에 재갈을 눈에는 눈가리개를,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아야! 손가락 끝이 아프다. 뜨겁다. 아프다. 손가락 끝의 감각이 없다. 그 고통은 모든 손가락에 미쳤다. 눈가리개 벗겨진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기 손가락을 보았다. 손가락은 전부 사라졌다.

울부짖는 나. 눈앞에 남자 세 명이 나타난다. 입을 억지로 벌린다. 쇠냄새가 코를 찌른다. 뿌직. 아야! 툭 바닥에 자그맣고 딱딱한 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20번 정도 숨이 막힌다.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여줘 죽여줘.]

나는 눈을 떴다.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사당 바닥에 토했다.

괴롭다. 힘들다.

절망감이 나를 지배한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22시.

새벽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내 눈꺼풀 뒤에서 다시 죽음의 광경이 반복된다

...

0시, 2시, 4시. 그리고 6시.

밤이 밝았다.

틈새로 비치는 햇빛을 보면서 바닥에 쓰러진 채 나는 넋이 나가 있었다.

바닥에는 내 토사물이 여기저기 있었다.

온몸이 땀과 오줌으로 젖어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몇 킬로는 빠졌을 정도로 비참한 밤이었다.

그런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하나.

이걸로 끝났다.

주지와 스님들이 사당으로 들어온다.

주지는 내게 "수고하셨습니다. 훌륭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스님 하나가 내 팔을 잡고 일으킨다.

들어올린다기보다는 억지로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이걸로 끝났군요...."

나는 주지에게 말했다. 양팔은 체격이 큰 스님에게 붙잡혀 있었다.

"네. 어젯밤, 당신에게 죽음의 광경을 보여준 악령은 구원받았습니다."

다행이다. 살았다.

주지는 계속 말한다.

"그리고 당신에겐,



아직 십오만 구천구백구십구 마리의 악령이 붙어 있습니다. 모든 악령을 성불시킬 때까지는 아직 끝날 수 없습니다. 자, 시작하죠!"

주지의 말을 듣고 나는 딱 한 마디 중얼거렸다.



"뭐?"



절망의 수만큼 지옥이 있다.

그 모든 지옥의 광경을 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시야 끝에 수많은 원한의 집합체인 검은 것이 웃는다.

지옥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운이 나쁘다'

그저 그뿐인 이유로.

 

출처: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9485?page=2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