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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사람벌레

아싸후르뱅뱅 2023. 11. 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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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게 말이야. 진짜 개같은거야.”

소주한병에 안주라고는 새우깡 하나뿐인 지하 단칸방.

무심코 내뱉은 내 말이 눈앞에 있는 것들과 처절할 만큼 잘 어울려 실소를 내뱉고는 과자 하나를 집어 입안에 던져넣었다.

이 와중에도 아끼듯 딱 하나만 집어 천천히 녹여먹는 내꼴이 우스워서

반항이라도 하듯 술 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고는 과자 한웅큼을 우겨 넣었다.

빈속에 술이 들어가자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복통이 찾아왔다.

“몸이냐고 하나 있는거 제대로 돌아가는게 없어.”

옆에있던 물통을 집어들고는 그대로 반을 들이켰다.

씹고 있던 과자부스러기들이 물과 함께 내려가자 그나마 복통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것도 아닌데 마치 변명하듯 벽에 대고 화를 낸다.

“그래. 알아! 술먹지 말고 밥먹으라고.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어!

술 끊어라. 잘 챙겨 먹어라. 스트레스 받지 마라.

그딴 소리 수도 없이 들었다고.

그래도 어떻게 해? 당장 뒤지겠는데.

안먹으면 속상해서 지랄. 먹으면 속아파서 지랄.

오라질거. 제대로 되먹은게 하나도 없어!

내가 많은거 바랬어? 그냥 살고 싶다고.

남들처럼 여자랑 살면서. 맛난거도 좀 먹고.

사람도 만나고. 근데 그게 왜 안되는데!”

남들 다 만나는 친구도 남들 다 후리고 다니는 여자도 없다.

여유 될 때마다 막노동 나가서 되는대로 받아오는 일당 따위로는 술값하기에도 버겁다.

“나도 사람처럼 좀 살면 안돼? 이런거 말고. 혼자 이렇게 거지 같이 사는거 말고! 쫌!!!”

그렇게 소리치고는 그대로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양껏 소리 질렀더니 머리가 핑돌며 술기운이 몰려와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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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츠즈즈츠 츠츠즈’

아침을 알리는 소리 치고는 기분나쁜 소리다.

이따위 싸구려 지하방에 벌레소리 같은건 놀라울게 없지만

소리로 봐서 보통놈은 아닐게 분명했다.

징그럽기보단 기분이 나빴기에 뭐든간에 잡아 죽여서 화풀이를 할 생각으로 부스스 눈을 떳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내 가슴위에 올라앉은 검고 커다란 벌레.

벌레? 저걸 벌레라고 부를 수 있을까?

거의 사람 주먹만큼 커다란 녀석이었다.

곱등이 같은 몸에 다리는 거미처럼 길었고,

앞에 달린 다리 두 개에는 게처럼 작은 집게까지 달려있었다.

무엇보다 머리.

다른 곳은 뻣뻣한 털이 듬성듬성 난 새카만 벌레 몸체였지만,

머리만은 새햐얀 색이었다.

아니 얼굴이라고 하는게 나을 것이다.

커다란 눈, 작은 코와 살짝 미소띈 입. 볼에는 홍조.

그리고 몸에난 털과는 달리 부드럽게 찰랑이는 긴 머리칼.

아무리 봐도 사람, 그것도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 여자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으아!!! 저리가!!”

발악을 하며 벌레를 털어내고는 그대로 벽에 다가가 붙었다.

벌레 따위 익숙해서 맨손으로 척척 잡아내는 나조차

보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었다.

‘츠츠즈즈츠 츠츠즈’

한쪽으로 날아갔던 녀석은 앞다리를 열심히 흔들며 사람의 입으로 벌레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마치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그 기괴한 움직임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조금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벌레는 천천히 내게 다가와 내발을 톡톡 두드렸다.

마치 안심하라는 듯이. 이제 걱정말라는 듯이.

여전히 혐오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인지 조금 용기를 내어 손을 천천히 뻗어 보았다.

‘츠즈츠 츠츠즈즈즈’

내 의도를 알아채기라도 하듯 벌레는 요령있게 내 손바닥 위에 올라탔다.

그 긴 발이 손에 닿는 느낌이 소름이 돋아 약간은 몸을 떨었지만 그래도 패대기치지 않고 눈높이까지 들어올릴 수 있었다.

“.......웃네. 그치? 웃는거 맞지? 기분 좋아?”

벌레는 웃고 있었다. 기괴한 모습이지만 얼굴만은 온전한 사람의 모습이었기에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기분이 왠지 이상했다.

머릿속으로 이상한 생각들이 마구 마구 뒤섞이기 시작했다.

난 벌레를 바라보며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게 있었어. 우렁각시. 아니 저주받은 공주?

왜 있잖아. 사랑받으면 사람으로 변하고

밥도 해주고 행복하게 살다가 애도 낳고. 그치?

그래. 그거 아니면 설명이 안되지.

이런 벌레가 어디있어?

내가 여기서 이따위로 살았던게 다 이유가 있었어.

맞아. 이제 진짜 사람답게 사는거야. 남부럽지 않게!

이 벌레가.. 아니. 아니지. 뭐라고 부르지?

인면충? 아니면... 사람...벌레?

아무튼 네가 완전하게 사람이 되는 날 진짜 행복하게 사는거야.

맞아? 그거 맞는거지?”

‘츠츠츠츠즈츠츠즈츠’

벌레는 내말이 맞다는 듯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춤추듯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보니 얼굴이 상당히 예뻐보였다.

‘저 얼굴로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피부도 부드럽고 따뜻하겠지?’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할게 분명했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래! 벌레니까 허물을 벗어야지.

밥 많이 먹고 몸집을 불리면 고치가 되었다가 사람이 되는거야!

그치? 내말이 맞지?”

‘츠츠츠츠즈츠츠즈츠’

벌레는 다시한번 소리를 내며 앞다리를 흔들어 대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이제 필요한건 열심히 먹을걸 줘서 하루라도 빨리 벌레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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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 말라고? 그럼 돈은 어떻게 하지?”

내가 집을 벗어나려 할 때마다 벌레는 불쾌하다는 소리를 내며 날 막아섰다.

아마 한시도 나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거겠지.

그 마음을 배신할 수 없었기에 밖에 나가는걸 포기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돈이야 빌리면 된다. 나같은 놈에게도 돈을 빌려주는데는 있으니까.

갚는건 벌레가 사람으로 변하고 나서 천천히 하면 된다.

지금은 이 벌레를 정성스레 돌보는게 먼저다.

몇 번의 경험으로 벌레가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누워있을 때, 내 배위에서 꾸물꾸물 자리잡고 있는걸 좋아하고

야채따위 보다는 고기를 좋아한다.

그 작은 앞다리로 고기를 작게 뜯어내어 입에 가져가는 모습은 기괴했지만

사람이 되면 아주 우아한 모습일게 분명했다.

싫은건 단호한 움직임으로 짧은 쇳소리를 내고,

기분이 좋을땐 부드럽게 춤추듯 움직이며 길게 츳츳츳 소리를 낸다.

벌레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진짜 사람처럼 대하게 되었다.

행복감이 점점 채워져 갔기에 벌레를 만나고부턴 술도 먹지 않았다.

먹을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벌레가 싫어했으니까.

내가 술을 먹으려 하면 쇳소리를 내며 반대했다.

“나 참. 알았어. 알았어. 안먹을게.

하여튼 내 건강은 죽어라 챙긴다니까.

웃음을 지으며 술병을 내려놓고는 벌레를 손바닥에 올려 눈앞으로 가져왔다.”

거미를 손에 올려놓은 듯 한 그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적응해 가고 있었다.

몸을 쓰다듬는건 여전히 힘든 대신 그 작은 얼굴만은 찬찬히 어루만질 수 있었다.

차가웠지만 부드러운 느낌.

“기분 좋지? 그래. 아무 걱정말고 밥 많이 먹어. 그래야 빨리 허물벗지.

내가 얼마든지 사줄게. 배고파? 고기 먹을래?”

달콤하게 속삭여 주자, 전에 느낀적 없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몽글해지는 느낌. 사랑을 준다는 느낌이 이런것일까?

묘해진 기분에 조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천천히 손을 내 얼굴쪽으로 끌어당겨서는 그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츠츠즈츠츠즈츠’

기분좋은 듯한 그 소리에 더할나위 없는 행복이 찾아왔다.

이제 앞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한 일만 가득할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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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벌레가 방 한가운데 쓰러져 죽어있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축 늘어진 몸에, 마치 사람 시체처럼 생기없는 얼굴은 보면서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자는건가?”

그건 아니었다. 잘때는 언제나 내 몸 위에 자리를 틀고 있었으니까.

“혹시 허물을 벗은건가? 이건 그냥 껍데기고 이제 드디어 사람이 된거야?”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죽었다.

다른 벌레들처럼 하찮게 몸을 웅크린채.

사람의 얼굴은 그저 굳은 표정으로 추하게 혀를 빼문채.

“왜? 왜?? 왜????”

소리를 지르며 옆에있던 물통을 집어들고는 벌레를 마구잡이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왜? 왜 죽는데? 말이 안되잖아!!”

벌레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이건 고작 벌레임을 증명하듯 노란 체액이 바닥을 적셨다.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벌레의 시체가 산산조각나서 엉망인 채였다.

그 꼴을 보니 구역질이 몰려왔다.

있는 힘껏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간 입에 대지 않던 술병을 집어들고 병째로 들이켰다.

술이 들어가자 이젠 익숙한 복통과 함께 허탈감이 몰려왔다.

“대체 뭔데? 지금까지 그럼 뭐였는데. 뭐 때문에 그랬었는데.”

배가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잘해줬잖아. 그 추한 꼬라지 보면서도 잘해 줬잖아.

너도 나 걱정했잖아. 챙겨줬잖아. 왜그런건데?”

견딜 수 없을 만큼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 ㅁㅁ 이건 또 뭔데?”

짜증 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배를 움켜잡았다.

맹장이라도 터진것일까 생각하던 그순간,

말그대로 배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내 배속에서 작은 벌레 수십마리가 마구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츠스츠스츠스츳스츠스’

익숙한 모습으로 익숙한 소리를 내며...

다만 얼굴만은 나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끔찍한 통증과 충격적인 모습에 난 할말을 잃고 그것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웃고있었다.

수십마리의 벌레가 내 얼굴을 달고 웃는 그 모습은 혐오감을 넘어서 공포스러웠다.

세상에 태어난것에 기뻐하는 것처럼 마치 군무를 추듯 앞다리를 흔들던 벌레들은

배가 고픈지 가장 가까이 있는 고깃덩이인 내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츠츠츠스츳스츠스.’

행복에 가득찬 웃음소리가 내 온몸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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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8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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