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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35

[무서운이야기] 산길의 괴담

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와 둘이 한밤 중에 드라이브를 한 적이 있었다. 즉흥적으로 인근 도시의 라면집까지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오게 되었다. 낮에는 몇번 지나간 적 있던 길이었지만, 밤이 되니 이것이 같은 길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 나쁜 분위기였다. 운전을 하고 있던 것은 나였지만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라면집에서 술을 한 잔 걸쳤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아 무책임하게 가벼운 말들을 던져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 녀석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이 고개에는 말이지, 여러가지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 나는 들은 적이 없는 소리였지만 [뭔데, 뭐야? 무슨 이야기야?] 라고 물었다간 그 놈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겁을 줄까 걱정이 됐..

[무서운이야기] 민박집의 비밀

한밤중, 시골 민박집에 한 여자가 방문했다. 여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는데, 일행 없이 혼자였다. "방 있어요? 주변에 없는 거 같은데……. 근처에 민가도 없기에 거절당하면 아마도 노숙하겠지. 여자는 상당히 지친 모습이다. "방이야 있지만, 복잡한 사정으로 비어 있습니다. 사실 방값은 필요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주인이 말했다. "그래요? 뭐, 사실 해를 끼치는 건 아니어서, 눈감고 1시간 정도 참으면 사라질겁니다." "네……." 주인의 안내로 여자는 문제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피곤했던 모양인지, 여자는 바로 누웠는데, 잠시 후 뭔가 느껴졌다. 발밑을 어루만지는 감촉. 벌써 귀신이 나타난 건가. 눈 감고 있으면 사라지겠지?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겨 실눈..

[무서운이야기] 내가 죽인게 아니야

전쟁 중이었던 나라의 어느 시골. 도시에서 도망쳐 온 소년은 연상의 소녀와 친해졌다. 어느 날 소녀와 놀고 있는데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렸다. 소년은 서둘러 밭으로 숨었는데, 조금 떨어져있던 소녀가 소년을 걱정해서 달려왔다. 소녀는 흰 옷을 입고 있었다. 흰 옷은 분명 잘 보이기 때문에 표적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소년은 다가오는 소녀를 냅다 밀쳤다. 순간 몇 발의 총성이 들리며 눈앞에서 소녀가 쓰러졌다. 소년은 무서워져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얼마 후, 전쟁은 끝나고 소년은 소녀의 생사도 모르는 채 도시로 돌아갔다. 수십 년 후. 어른이 된 소년은 계속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그는 계속 그 일을 악몽으로 다가와 결국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 그 일이 있었던 마을을 방문했다. 마침 마을에서는 장례식이 ..

[무서운이야기] 전학생의 누나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 자리는 바로 내 옆 자리.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점점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 가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전학생에겐 죽은 누나가 있었다고 한다. 누나는 신경계의 난치병으로, 의식은 있지만 신체를 잘 움직이지 못하여, 죽기 전 몇 달 동안은 자주 죽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엄청 무거운 이야기를 초면에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나를 친구로 대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방과 후, 전학생 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전학생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데, 두 분 다 밤이 깊어야 돌아오신다고 한다. 방에서 게임하면서 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전 학교 혹은 지금 학교에 대해. 그러다가 문득, "아, 너네 돌아가신 누나 말인데……." ..

[무서운이야기] 비 오는 날의 흉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대략 20년 전 제가 아는 형님께서 대학생 시절에 친구랑 경험한 일입니다. 형님과 친구 분은 거나하게 취하셨습니다. 세 분은 만취하여 가누지 못하는 몸을 하고 부산의 사직동 지나 쇠미산을 지나는 산길을 넘어갔습니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갑자기 장대비 같은 엄청난 폭우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세 분이었으나 알게 모르게 한 분은 중간에서 새고 남은 두 분은 끝도 없이 내리는 폭우를 피해 산길을 무작정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거 도저히 달려가서 피할 비가 아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든 것인지 산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변은 전혀 모르는 생소한 곳이었습니다. 보통 산길을 지나가면 집까지의 거리는 10분 정도인데 이건 30분 이상은 헤맨 느낌이었습니다.. 이..

[무서운이야기] 진실의 방

부부 생활 2년 차. 특출나게 나쁠 것 없는, 오히려 상당히 괜찮다 할 수 있는 신혼을 보내고 있다. 나와 와이프 벌이 정도라면 집 대출금 갚으면서 섭섭지 않게 먹고살 만했고, 4개월 뒤면 소원대로 예쁜 딸아이가 태어날 테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였다. 다만 한가지. 최근 들어 와이프가 날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오랜만에 이야기 좀 할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와이프였지만 난 영 달갑지 않았다. 그전에도 비슷한 말로 자리를 마련하였고, 사실상 심문, 취조나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누구와 전화를 했는지,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물론 난 찔리는 구석 하나 없으니 여봐란듯이 탈탈 털어 보여주었고 와이프는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의구심을 숨긴 채 자리를 ..

[무서운이야기] 사람벌레

“인생이란게 말이야. 진짜 개같은거야.” 소주한병에 안주라고는 새우깡 하나뿐인 지하 단칸방. 무심코 내뱉은 내 말이 눈앞에 있는 것들과 처절할 만큼 잘 어울려 실소를 내뱉고는 과자 하나를 집어 입안에 던져넣었다. 이 와중에도 아끼듯 딱 하나만 집어 천천히 녹여먹는 내꼴이 우스워서 반항이라도 하듯 술 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고는 과자 한웅큼을 우겨 넣었다. 빈속에 술이 들어가자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복통이 찾아왔다. “몸이냐고 하나 있는거 제대로 돌아가는게 없어.” 옆에있던 물통을 집어들고는 그대로 반을 들이켰다. 씹고 있던 과자부스러기들이 물과 함께 내려가자 그나마 복통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것도 아닌데 마치 변명하듯 벽에 대고 화를 낸다. “그래. 알아! 술먹지 말고 밥먹으라고. 귀에 딱..

[무서운이야기] 아들 친구

얼마 전 아들(중2)이 부재한 일요일 낮에 남자아이가 찾아왔습니다. "○○군 있어요?" 하고 아들 이름을 분명히 말해서 본 적이 없는 아이였지만 별 의심 없이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청바지에 스웨트 셔츠라는 중학생다운 복장을 한 아이였습니다. 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니 오늘은 저녁에 귀가할거야 라고 전하자 그 아이는 "오늘 약속했으니, ○○군 곧 돌아올 거예요. 여기서 기다려도 돼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그 아이가 엄청 자연스럽게 말하니까 믿고 기다리기로 하고 허락했어요. 그 아이는 현관에서 기다린다고 하길래 "아니, 아니, 거실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기다리면 돼." 라고 말을 건넸는데요. "괜찮아요.현관에서 기다리게 해주세요." 하고 사양하..

[무서운이야기] 사죄남

오늘의 나는 절호조였다. 파칭코에서 2만엔을 딴 것을 시작으로 얼마 전 구입한 복권도 5000엔에 당첨됬고 만원 전철을 탔는데 앞자리 사람이 바로 하차해서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마트에 들렀더니 마침 할인된 스테이크 도시락 마지막 하나를 집을 수 있었고, 일에서도 내 자료를 상사가 칭찬했다. 때문에 내 기분을 절호조였다. 그러던 중 저녁 장보기를 끝내고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중이었는데, 딴 눈 파느라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앗" 상대가 나보다 작았기에, 일어서던 상대의 이마가 내 턱을 직격해 꽤 아팠다. "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턱을 어루만지며 상대를 보자 아프로 머리를 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사과하며 엎드리는 것이 보인다. 인간 딱따구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

[무서운이야기] 노자키 씨

간호사의 이모로부터 들은 이야기. 이모가 아직 간호사가 되어 얼마되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야근이라고 한다. 한밤중에 정시에 순찰을 돌거나, 병세가 급변한 환자에게의 대응을 하거나 하는등 상당히 하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거기에 야근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졸린데다가 밤의 병원은 아직 신인 간호사의 이모에게는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언제나처럼 병실을 하나하나 보고 돌아다니면서 3층 병실에 닿았을 때 한 명의 환자가 상반신을 일으켜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팔순을 넘은 할아버지 환자다. 이모가 말을 걸면, 할아버지는 "오늘은 노자키 씨가 야근이지?" 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이모는 또 이러시네하며 할아버지를 침대에 눕혔다. 올해 이 병동에 근무하기 시작한 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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